1. 연구 배경 및 목표
1.1 연구 배경
국내 저속 전기 모빌리티 시장은 골프카트, 단지 내 운송 차량, 경형 작업차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골프카트 제조 원가에서 배터리 팩은 약 25%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여 원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10]. 이에 따라 다양한 화학 조성(NCM, LFP)과 셀 형태(파우치, 원통형, 각형)의 배터리 팩이 후보로 검토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기차 퇴역 배터리를 재활용한 사용 후 배터리까지 적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9, 11, 15].
산업 현장에서 배터리 팩을 고를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자료는 충방전 시험으로 측정한 방전 용량(방전 가능한 총 전하량)이다. 용량, 내부 저항, 온도, C-rate(방전 속도) 특성과 같은 시험 결과는 제조사 간 성능을 비교하는 대표 지표이며, 공인시험기관의 성적서를 통해 제3자가 인정한 객관적 수치로 받아들여진다. 이 측정 용량은 흔히 배터리 팩이 본래 가진 고정된 성능값으로 간주되어 왔는데, 본 연구를 통하여 이 전제가 항상 성립하지는 않음을 보이고자 한다. 즉, 같은 팩이라도 시험 과정에서 배터리 팩 보호와 팩의 제어 장치 BMS(Battery Management System)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따라 측정 용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자 한다.
1.2 문제 제기 — 단품 평가의 한계
단품 시험 결과 하나만으로 팩 성능을 판단하기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측정된 용량이 배터리 셀 자체의 성능이 아니라 시험 중 BMS 로직이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팩에 내장된 BMS는 과전류 차단, 저온/고온 차단, 저온 시 셀을 데우는 능동 가열(Heating) 등 다양한 보호 및 제어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 기능들이 시험 중 실제로 작동했는지는 시험을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저온 시험에서 셀을 데우는 가열 기능이 정상적으로 켜졌는지 아닌지에 따라, 동일 팩이 상이한 용량으로 측정될 수 있다. 즉, 단품 시험에서 얻은 방전 용량은 ‘셀 고유 성능’이 아니라 ‘셀과 BMS, 그리고 시험 방식이 함께 만들어 낸 값’이며, BMS가 설계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된 값은 그 팩의 실제 성능을 대표하지 못한다.
이 핵심 문제 위에, 측정 용량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추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시간 경과에 따른 용량 변화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보관과 사용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노화되어 쓸 수 있는 용량이 줄어든다[21]. 따라서 출고 시점에 측정한 용량은 그 순간의 값일 뿐, 수개월 뒤 실제 운용 시점의 용량과 같다고 보장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시험기관 간 차이이다. 같은 규격을 따르는 공인시험기관이라도 장비 교정 상태, 시험원 숙련도, 환경 조건을 통제하는 수준에 따라 측정값에 일정한 편차가 생긴다[8]. 따라서 한 기관에서 한 번 측정한 결과만으로 정확한 용량을 알아내기는 어렵다. 이 두 가지 추가 요인은 BMS 보호 로직이라는 핵심 문제와 함께 작용하여, 단품 시험 한 번의 결과를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다.
1.3 연구 목적 및 기여
본 연구는 위에서 기술한 한계 요인을 극복하여 정확한 용량을 평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시험을 설계하였다.
첫째, 본 연구의 핵심 시험으로, Pack D에 대해 같은 팩, 같은 시료를 사용하되 저온 시 가열(Heating) 로직이 작동하는 경우와 작동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통제 실험을 수행하여, BMS Heating 로직의 작동 여부가 측정 용량을 어떻게 좌우하는지 직접 확인하였다.
둘째, 골프카트에 적용 가능한 6종 배터리 팩에 대해 고부하 조건의 공인시험과 실제 운용에 가까운 저부하 조건의 사내시험을 함께 수행하고, 그 결과를 각 팩의 BMS 보호 로직 설계와 연결하여 종합 분석하였다.
셋째, Pack B에 대해서는 2025년 4월 공인시험기관 A에서 1차 시험을 수행한 뒤 약 8개월 후 공인시험기관 B에서 같은 시료를 다시 시험하여, 시간 경과와 시험기관 차이가 측정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시도하였다. 실제 시험 일정상 확보 가능한 시점을 고려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달력 노화가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누적되는 기간을 8개월로 설정하였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 골프카트용 6종 배터리 팩에 대한 공인 및 사내시험 통합 비교를 수행한 국내 최초의 실증 연구이다. (2) 다른 팩과의 비교가 아닌 자기 자신과의 비교(self-comparison)를 통해, 같은 팩과 같은 시료에서 BMS 펌웨어의 가열 로직 유무만 달리했을 때 저온 방전 용량이 약 2.7배까지 차이 날 수 있음을 보인다. 여기서 조작된 변수는 BMS 펌웨어 버전, 즉 ‘팩이 자기발열을 하도록 설계되었는가’를 결정하는 설계 속성이므로, 본 연구가 실증하는 것은 측정 용량의 설계(펌웨어) 의존성이다. (3) 본 연구의 통합 검증을 통해 식별된 BMS 저온 보호 설정의 문제가 공급사의 실제 펌웨어 설계 변경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10℃ 방전 용량이 36.84 Ah에서 99.497 Ah로 회복되었다. 이는 본 검증 체계가 사후 평가에 그치지 않고 설계 개선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 사례이다.
2. 관련 문헌 연구
2.1 리튬이온 배터리 팩 신뢰성 평가
리튬이온 배터리 팩의 신뢰성은 용량 유지율, 내부저항 상승률, 사이클 수명, 열적 거동, 안전 보호 기능의 신뢰도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정의된다[2]. 국내외 규격으로는 셀 수준의 IEC 62660[6], 팩 및 시스템 수준의 IEC 62619[5], 안전 요건의 UN 38.3, SAE J2929, KS R ISO 18243[12] 등이 널리 적용된다. 그러나 이들 표준은 공통적인 최저 요건을 정의할 뿐, 저속 전기 모빌리티, 야외 반복 운용 등의 고유한 운용 조건을 반영하지 못한다. 특히 골프카트는 1라운드 약 4~5시간, 18홀 약 6~9 km 주행, 홀 간 이동 시 반복적 가감속, 경사 구간의 등판 및 강판 주행, 홀에서의 대기(idle) 시간 등 일반 전기차와 상이한 부하 특성을 갖는다. 또한 사계절 야외 운용(혹한 -10℃ 이하 ~ 혹서 40℃ 이상)으로 인한 환경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단품 시험의 정적 조건에서는 충분히 재현되지 않는다[23].
2.2 팩 BMS 설계와 지표 타당성
어떤 측정 지표가 신뢰할 만하려면, 그 값이 평가하려는 성능을 실제로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17]. 배터리 팩의 방전 용량이 바로 이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단품 시험에서 측정되는 방전 용량은 셀의 전기화학적 특성만이 아니라, 팩에 내장된 BMS의 보호 로직(과전류 차단, 저온 및 고온 차단, 피크 전류 허용 시간, 능동 가열 등)에 의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LFP 계열 팩 중 일부는 저온 운용 성능 확보를 위해 능동 Heating 로직을 채택한다. LFP를 포함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저온에서 리튬 이온의 확산 속도가 급격히 감소하여 외부 가열을 통한 셀 온도 보상이 필수적이다[22]. 이 로직은 셀 온도가 BMS 펌웨어에 설정된 임계값 이하로 떨어질 때 PTC 히터 릴레이를 작동시켜 셀 온도를 방전 가능한 범위로 상승시킨다. 여기서 측정 용량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두 축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하나는 설계 축으로, BMS 펌웨어에 가열 로직이 구현되어 있는지와 그 작동 임계값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를 말하며, 이는 제품 자체의 속성이다. 다른 하나는 시험 프로토콜 축으로, 소킹(Soaking) 시간, 초기 셀 온도, 외부 전원 연결 여부, 챔버 온도 설정 등 동일한 펌웨어에서도 가열 로직의 트리거 충족 여부를 좌우하는 시험 조건을 말한다. 따라서 측정 용량은 설계(펌웨어)와 시험 프로토콜의 결합 함수로 이해되어야 하며, 본 연구의 Pack D 통제 실험이 조작한 변수는 이 중 설계 축에 해당한다.
2.3 공인시험 다원화와 확장 검증
같은 규격을 따르더라도 공인시험기관의 결과는 장비 교정 상태, 시험원 숙련도, 환경 조건 통제 수준에 따라 일정한 편차를 가진다[8]. 측정 방법의 정확도는 진도(trueness)와 정밀도(precision)로 구분되며, 동일 시료라도 기관 간 재현성(reproducibility)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7]. 따라서 같은 규격과 조건으로 여러 기관에 시험을 의뢰하면, 기관에 따른 편차와 같은 기관 안에서 시료에 따른 편차를 나누어 평가할 수 있다[26]. 본 연구는 이 개념을 확장하여 (i) 2개 공인시험기관과 사내시험을 통합한 검증, (ii) 8개월 간격의 재시험, (iii) BMS 보호 로직 작동 조건을 달리한 통제 실험을 결합한 검증 체계를 제시한다.
3. 시험 방법
3.1 6종 배터리 팩 사양
본 연구의 시험 대상은 골프카트 적용 가능한 6종 배터리 팩이며, 사양은 <Table 1>과 같다. 6종은 셀 형태, 화학 조성, 이력 상태를 반영하여 선정되었으며 골프카트용 배터리 후보군을 대표하였다. 제조사명은 비밀유지 조건에 따라 공개하지 않으며, 기술적 비교 범위 내에서 Pack A~F 코드로 표기하였다.
6종 팩에 대한 시험 조건은 임의로 배정한 것이 아니라 각 시험의 목적과 설비 제약을 반영하여 설계하였다. 공인시험기관은 고부하(1C/2C/3C) 인증 시험 설비를 보유하여 규격 기반 인증 성적을 담당하고, 사내 시험소는 설비 특성상 저부하(0.5C)만 가능하나 실제 골프카트의 장시간 저부하 운용에 가까운 조건을 재현한다. 이에 인증 성적이 확보된 Pack A와 B는 고부하 공인시험, 저부하 운용 특성과 BMS 로직 통제 관찰이 필요한 Pack C와 D는 사내시험, 공인과 사내를 결합한 확장 검증이 필요한 Pack E와 F는 두 시험을 함께 배정하였다. 또한 본 연구의 목적은 6종 팩을 동일 조건에서 서열화하는 데 있지 않고, 측정 용량이 BMS 보호 로직과 시험 프로토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이는 데 있으므로, 조건을 완전히 동일하게 통제한 비교는 §3.5의 Pack D 자기 비교에서 수행하고 6종 통합 시험은 각 팩의 운용 영역별 거동을 관찰하기 위한 설계로 구성하였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배터리 시험기관은 시험 의뢰 적체로 인해 의뢰자가 원하는 시점에 동일 시료를 여러 차례 반복 시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므로, 본 연구에서는 각 시점에 시험이 가능한 공인시험소를 우선 배정하여 시험을 진행하였다.
한편 팩 단위 시험은 비용과 시간 부담이 커 각 작동 로직과 시험 조건 조합에 대해 충분한 반복 시료를 확보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통계적 반복실험이 아니라 소규모 통합 검증을 통한 관측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독자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이후의 결과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
Pack F는 전기차 퇴역 셀을 골프카트용으로 용도 전환(repurposing)한 팩이며, 사용후 배터리 평가 표준(UL 1974)[20]에 준하는 선별을 거쳐 상용 수준의 팩 BMS가 장착되어 있다. 용어를 구분하면, 재사용(reuse)은 퇴역 배터리를 원래 용도로 다시 사용하는 것을, 재제조(remanufacture)는 분해와 부품 교체를 거쳐 원래 사양으로 복원하는 것을, 용도 전환(repurpose)은 원래와 다른 용도의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UL 1974가 규정하는 것은 용도 전환이며, Pack F는 이에 해당하므로 본 논문에서는 ‘repurposed pack(용도 전환 팩)’으로 통일하여 표기한다. Pack C와 Pack D는 동일한 LFP 계열이지만 팩 설계가 상이하여 별도 코드로 구분하였다. 특히 Pack D는 본 연구에서 BMS 가열 로직 통제 실험의 대상이 된다.
3.2 BMS 핵심 보호 및 기능 로직 비교
6종 배터리 팩의 BMS 보호 및 기능 로직 핵심 차이를 <Table 2>에 정리하였다. 각 제조사의 보호 기준 수치는 비밀유지 조건에 따라 본 논문에 공개하지 않으며, 보호 항목의 유무만을 비교 범위로 제시하였다. 특히 Pack D의 능동 가열 로직은 본 연구 §4.2의 통제 실험에서 핵심 변수가 된다.
3.3 공인 및 사내시험 이중 검증 설계
본 연구의 핵심 설계는 <Figure 1>과 같이 공인시험과 사내시험을 통합한 이중 검증 구조이다. 공인시험은 KS R ISO 18243 기반 고부하(1C, 2C, 3C) 조건에서 수행하였으며, 사내시험은 저부하(0.5C) 조건에서 수행하였다. 두 시험은 상호 보완적이며, 어느 한쪽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경계조건을 함께 식별할 수 있다.
3.4 Pack B 재측정 검증 설계
Pack B에 대한 재측정 검증은 다음 3시점에서 수행되었다. (i) 2025년 4월: 공인시험기관 A(ISO/IEC 17025 인정, 자동차 전장품 시험 전문)에서 상용 팩 2대(#B1, #B2)에 대한 27 case 방전시험(3 온도 × 3 C-rate × 3 시료 조합)과 KS R ISO 18243 기반 4개 안전 보호 시험, (ii) 2025년 5~11월: 사내 시험소에서 동일 2대 시료에 대한 전압-시간 프로파일 측정, (iii) 2025년 12월: 공인시험기관 B(ISO/IEC 17025 인정, 배터리 시험 전문)에서 동일 시료 1대(#U1, 기관 A 기시험 시료를 8개월 경과 후 재시험)와 동일 사양 신규 개체 1대(#U2)에 대한 8 case 방전시험. 이 3시점 설계를 통해 보관과 사용 기간에 비례한 자연 열화인 달력 노화(calendar aging)와 기관 간 측정 일관성을 동시에 분리 관찰할 수 있다.
3.5 Pack D BMS Heating 로직 활성화 조건 통제 실험
Pack D에 대한 BMS 가열 로직 통제 실험은 같은 팩과 같은 시료에 대해 BMS 펌웨어 버전만 달리하여 수행되었다. 조건 1은 히터 릴레이 구동 로직이 포함되지 않은 초기 펌웨어이고, 조건 2는 공급사가 해당 로직을 반영하여 업데이트한 펌웨어이며, 시료, 챔버 온도, 소킹 시간, 외부 전원 연결, 방전 조건(사내 0.5C)은 두 조건에서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따라서 본 실험에서 조작된 변수는 시험 방법이 아니라 제품의 설계 속성인 BMS 펌웨어이며, 본 실험이 실증하는 것은 측정 용량의 설계 축 의존성이다. 공급사 형상관리 자료에 따르면 업데이트 펌웨어에서 가열 로직은 방전 모드 기준 셀 온도 15℃ 이하에서 히터 릴레이가 작동하고 20℃ 이상에서 해제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실제 시험 기록상 -10℃ 조건에서는 조건 2에서만 히터가 작동하였고, 25℃ 및 45℃ 조건에서는 두 펌웨어 모두 히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따라서 가열 로직의 작동 여부에 기인하는 차이는 -10℃ 조건에서만 나타나며, 25℃와 45℃ 결과는 인과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참고 측정치로 해석되어야 한다.
두 조건의 차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시험 프로토콜 및 BMS 설정 변수를 <Table 3>에 정리하였다. 두 조건은 동일한 팩과 동일한 시료에 대해 소킹 시간, 챔버 온도, 외부 전원 공급, 방전 조건(사내 0.5C)을 모두 동일하게 유지하였으며, 유일한 차이는 BMS 펌웨어 버전이다. 조건 1(Heating 비활성화)은 공급사가 최초 제출한 초기 샘플로서 히터 릴레이 구동 로직이 포함되지 않은 펌웨어 상태이며, 조건 2(Heating 활성화)는 저온 성능 보완을 위해 공급사가 히터 릴레이 구동 로직을 반영하여 업데이트한 펌웨어를 동일 시료에 적용하여 재시험한 것이다. 즉 본 통제 실험은 특정 시험을 위해 히터 전원을 임의로 차단하거나 시험 조건을 조작한 것이 아니라, 실제 설계 변경 이력에 기반하여 펌웨어 버전만을 단일 변수로 통제한 순차 비교이다. 두 조건 모두 -10℃, 25℃, 45℃ 세 온도에서 0.5C 방전으로 진행하였다.
4. 실험 및 결과
4.1 6종 단품 시험 결과
6종 배터리 팩에 대한 공인시험 및 사내시험 통합 방전 용량 측정 결과를 <Table 4>에 제시하였다. 공인시험은 1C/2C/3C 고부하 조건에서, 사내시험은 0.5C 저부하 조건에서 측정되어 두 시험이 상호 보완적으로 전체 C-rate 영역을 포괄하였다. 전반적으로 (i) 온도 상승에 따라 용량이 증가하는 경향, (ii) C-rate 상승에 따른 용량 감소, (iii) 극한 조건(저온 고부하 또는 고온 고부하)에서 BMS 보호 로직 작동 또는 시험 실패가 확인되었다.
시험 -10℃ 조건에서 1C/2C까지는 유사한 방전 용량을 보였으나, 3C 고부하 조건에서 Pack A는 4.49 Ah로 급격히 붕괴한 반면 Pack B는 81.41 Ah를 유지하였다. 이는 양 팩의 셀 화학이 동일함에도 BMS 저온 보호 로직(저온 시 전류 제한과 히터 개입 시점 등)의 설계 차이로 고부하 저온 성능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Pack C(LFP)는 저부하 전 온도 조건에서 정격을 초과하는 용량(저온 118 Ah, 상온 132 Ah, 고온 127 Ah)을 기록하였다. Pack F(사용후 NCM)는 사내 저부하 및 Lab B 공인시험 전 조건에서 정격 대비 매우 우수한 성능을 보였으나, 45℃/3C에서는 셀 한계가 아닌 전장품(퓨즈) 소손으로 시험이 중단되었다. Pack D의 Heating 활성화 유무에 따른 차이는 §4.2에서 별도로 상세히 분석한다.
한편 동일한 LFP 화학과 동일한 저부하(0.5C), -10℃ 조건에서 Pack C는 118 Ah로 정격을 상회한 반면, 능동 가열 로직이 구현되지 않은 초기 펌웨어 상태의 Pack D는 36.84 Ah에 그쳤다. Pack C는 능동 가열 기능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결과를 보였으므로(<Table 2>), Pack D의 저용량은 LFP 셀의 저온 물성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해당 팩의 BMS 저온 보호 설정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동일 화학이라도 BMS 설계에 따라 저온 측정 용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측정 용량이 셀 고유 성능이 아니라 셀과 BMS 설계가 함께 만든 값이라는 본 연구의 명제를 뒷받침한다.
4.2 Pack D 설계(펌웨어) 축 의존성 — 주요 관찰
본 절은 본 연구의 주요 관찰 결과를 다룬다. 동일한 Pack D(LFP 125Ah, 능동 Heating 로직 탑재)에 대하여 같은 시료, 같은 사내 시험소에서 시험 조건을 모두 동일하게 유지한 채 BMS 펌웨어 버전(가열 로직 유무)만을 단일 변수로 달리하여 측정한 결과를 <Table 5>에 제시한다. 본 실험에서 조작된 변수는 시험 방법이 아니라 제품의 설계 속성인 BMS 펌웨어이므로, 이 결과는 측정 용량의 설계(펌웨어) 축 의존성을 보여준다.
-10℃ 조건에서는 조건 2(업데이트 펌웨어)에서만 히터 릴레이가 작동하였고, 25℃ 및 45℃ 조건에서는 두 펌웨어 모두 히터 릴레이가 작동하지 않았다. 따라서 25℃의 1.09배와 45℃의 0.93배 비율은 가열 로직의 작동 여부에 귀속될 수 없으며, 히터가 양쪽 모두 미작동인 조건에서 서로 다른 시험 시점에 측정된 값의 차이, 즉 시험 세션 간 편차로 해석되어야 한다. 인과 귀속이 가능한 것은 히터 작동 여부가 실제로 달랐던 -10℃ 조건의 결과뿐이며, 이 조건에서 관측된 약 2.7배(+170%)의 차이는 아래에 제시한 측정 반복성을 자릿수 이상 상회하므로 가열 로직의 작동 여부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측정 반복성은 확보된 사내 시험보고서의 회차별 원데이터에 근거하여 다음과 같이 산출하였다. 업데이트 펌웨어(가열 로직 반영) 조건에서 -10℃는 2회 측정(100.490 Ah, 98.504 Ah, 평균 99.497 Ah)으로 범위 대비 약 2.0%의 반복성을 보였고, 45℃는 2회 측정(106.352 Ah, 106.363 Ah, 평균 106.358 Ah)으로 약 0.01%의 반복성을 보였으며, 25℃는 단일 측정(106.189 Ah)으로 반복성을 산출할 수 없었다. 즉 본 시험의 측정 반복성은 저온에서 약 2% 수준으로, -10℃에서 관측된 +170%의 차이는 이를 크게 상회한다. 다만 초기 펌웨어 조건의 회차별 원데이터는 시험 시점 경과로 확보하지 못하였으며, Pack D 시험은 사내 시험소에서 수행되어 ISO/IEC 17025 인정기관이 성적서에 명기하는 측정불확도(CMC)를 산출할 수 없었다. 따라서 GUM 기반의 완전한 불확도 예산 산출은 본 연구의 범위를 벗어나며, 이는 한계로 남는다.
이 결과가 보여주는 방법론적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 비교(self-comparison)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팩 간 비교(Pack A vs Pack E 등)에서의 성능 차이는 ‘서로 다른 팩이므로 그렇다’는 반론의 여지가 있지만, 동일한 팩과 같은 시료에서 BMS 펌웨어 버전만 달리하여 얻은 약 2.7배의 차이는 측정 반복성을 자릿수 이상 상회하는 결과였다. 둘째, 이 차이는 팩의 BMS 펌웨어에 가열 로직이 구현되어 실제로 작동했는가 여부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동일한 셀과 동일한 시료로 구성된 팩이라도 가열 로직이 없는 펌웨어에서는 36.84 Ah로, 가열 로직이 반영된 펌웨어에서는 99.497 Ah로 평가된다. 이는 측정 용량이 셀 고유 성능이 아니라 셀과 BMS 설계가 함께 만든 값임을 보여준다. 한편 동일 펌웨어에서 소킹 시간이나 외부 전원 조건만 달리하여 히터 개입 여부를 가르는 시험 프로토콜 축의 실험은 본 연구에서 수행되지 않았으며, 이는 §5에 한계로 기술하였다.
이러한 사항들을 모두 고려하면 실무적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팩 제조사의 BMS 사양서에 명시된 가열 로직의 구현 여부와 작동 임계값이 팩 선정 및 평가 단계에서 명시적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2) 복수 팩을 비교 평가할 때 각 팩의 BMS 보호 및 기능 로직이 모두 정상 작동하는 조건에서 시험이 수행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3) 양산 품질관리 단계에서는 '팩이 설계 의도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기능 검증과 '방전 가능한 총 전하량'의 성능 검증이 분리 수행되어야 한다. 특히 능동 제어 로직을 포함한 LFP 팩은 기능 검증이 먼저 통과되지 않은 상태의 성능 측정치를 비교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4.3 Pack B 재측정 노화 정량화
본 절에서는 Pack B에 대하여 2025년 4월 공인시험기관 A에서 수행한 1차 시험과 2025년 12월 공인시험기관 B에서 수행한 재시험을 연계한 재측정 검증 결과를 분석하였다. 공인시험기관 B의 시험 시료 2대 중 #U1은 공인시험기관 A에서 이미 시험한 시료 1대를 약 8개월 경과 후 동일 모델 조건에서 재시험한 것이며, #U2는 동일 사양의 신규 개체이다. 두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시험된 250A 조건의 방전 용량을 <Table 6>에 비교하였다.
주목할 만한 사항이 3가지 관찰되었다. 첫째, 경과 기간 열화 효과의 정량적 결과를 확보하였다. #U1(기관 A 기시험 시료의 8개월 후 재시험)의 방전 용량은 기관 A 두 시료 평균 대비 -10℃/3C(250A)에서 -15.7%, 45℃/3C(250A)에서 -25.8% 감소하였다. 이는 달력 노화, 누적 사이클링, 기관 간 계측 편차가 복합된 결과이며, 감소율이 저온(-15.7%)보다 고온(-25.8%)에서 현저히 크게 나타난 점이 주목된다. 고온에서 열화가 더 우세한 것은 SEI 성장 가속(Arrhenius 거동)에 의한 가용 리튬 손실과 NCM 계열 전이금속 용출에 따른 내부저항 상승이라는 두 메커니즘이 병행 작용하기 때문이며[1], 이는 셀 열화 진단 연구에서 보고된 용량과 저항 동시 열화 거동과 일치한다. 특히 내부저항 증가는 고부하(250A) 방전 시 IR drop을 가중시켜 BMS 컷오프 전압에 조기 도달하게 하여 측정 용량을 추가로 감소시킨다[2,21]. 이는 배터리 팩의 상태(SOH, State of Health)가 시간에 따라 변화함을 보여주며, 출고 시점의 1회 단품 시험만으로는 운용 기간 중 실효 성능을 보장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한편 위 감소분이 실제 열화에 의한 것인지 기관 간 계측 편차 범위 내의 값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측정 재현성의 통상 범위와 대비할 필요가 있다. ISO 5725-2[7]는 측정의 재현성(reproducibility)을 반복성과 구분하여 정의하며, 성숙한 상용 리튬이온 전지의 경우 생산 공차에 기인하는 용량 변동은 약 0.2~0.3% 수준이고 계측 조건의 영향을 포함하여도 통상 수 % 이내로 보고된다[25]. 본 연구에서 관측된 #U1의 8개월 후 감소분(-15.7%, -25.8%)은 이러한 변동 범위를 약 한 자릿수 상회하는 크기로, 계측 산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실제 열화(달력 노화 및 누적 사이클링)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배터리 시험의 기관 간 재현성은 다수 기관이 참여한 라운드로빈에서도 상당한 편차가 보고되고 다중(triplicate) 측정이 권장되는 만큼[26], 제한된 시료 수로는 열화 성분과 기관 간 편차 성분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은 현실적인 한계이다.
둘째, 개체 간 변동성의 조건 의존성을 확인하였다. 기관 B 동일 시점 시험에서 #U1과 #U2의 편차는 -10℃/3C(250A)에서 1.4%로 안정적이었으나 45℃/3C(250A)에서 9.9%로 확대되었으며, 기관 A 시료(#B1 vs #B2)도 -10℃/3C(250A)에서 8.3%의 편차를 보여 이 변동성이 Pack B 자체의 제조 산포 특성임을 확인하였다.
셋째, 열관리 한계의 구조적 반복 일치를 확인하였다. 45℃/3C(250A) 조건에서 셀 최고 온도가 기관 A와 B 양 기관 모두 공통적으로 65℃에 도달하여 방전이 조기 컷오프되었으며, 이는 Pack B의 열관리 설계 한계가 시험소와 무관한 구조적 경계조건임을 입증한다. 해당 조건의 방전 용량 수치는 배터리 고유 성능이 아니라 열관리 설계의 함수로 해석되어야 한다.
4.4 Pack F 용도 전환(repurposed) 배터리 재평가
Pack F(사용후 NCM Pouch 110Ah)에 대한 사내 저부하 시험과 공인시험기관 B의 공인시험 통합 결과를 <Table 7>에 제시하였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EOL 기준이 초기 용량의 70~80%(SOH 70~80%)에서 설정되므로 재사용 시점의 단품 용량은 신품 대비 최소 20~30% 열화된 상태가 전제되며[15,18,19], 용량 열화와 병행하여 내부저항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고C-rate 및 저온 환경에서 성능 저하가 증폭되는 경향이 반복 보고되어 왔다[3,13]. 요컨대 사용후 배터리는 ‘저부하 상온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 가능하며, 고부하 저온 조건에서는 신품 대비 현격히 취약’하다는 것이 산업계와 학계의 보편적 인식이다.
그러나 본 연구의 Pack F 결과는 이러한 통념과 상반되는 결과를 보여준다(<Table 7> 참조).
첫째, 사내 저부하 시험에서 고온(45℃) 조건에서도 상온(25℃)과 동일한 93.32 Ah를 유지하였으며, Lab B 공인시험 전 조건에서 정격 110 Ah 대비 95% 이상의 성능을 기록하였다. 특히 상온 1C에서 122.45 Ah로 정격을 상회(유지율 111%)하였다. 둘째, 통념상 가장 취약해야 할 저온 고부하 영역(-10℃/3C)에서 104.84 Ah(정격 대비 95%)를 기록하여 6종 중 최상위 성능을 보였으며, 이는 동일 NCM 계열의 Pack A(4.49 Ah)와 Pack B(81.41 Ah) 대비 현저히 우수한 결과이다. 셋째, 45℃/3C 조건에서의 시험 중단은 셀 자체의 한계가 아닌 팩 내 퓨즈의 정격 여유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동일 3C(300A) 전류가 25℃/-10℃에서 정상 방전되었고 45℃에서도 1C/2C가 정상 완료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팩 제조사는 이후 퓨즈 정격 및 BMS 보호 로직을 개선하였으며, 개선품에 대한 재검증에서 45℃/3C 조건이 정상 완료되었다.
이때 45℃/3C 조건의 퓨즈 소손 원인을 신뢰성공학 관점에서 살펴보면, 동일한 3C(300A) 전류가 -10℃ 및 25℃에서는 정상 방전되었고 45℃에서도 1C와 2C는 정상 완료된 반면 3C에서만 소손이 발생하였다. 전류 크기가 동일함에도 고온 조건에서만 소손이 나타난 점은 단순 전류 과부하가 아니라, 주위 온도 상승에 따른 퓨즈의 정격전류 온도 저감(thermal derating)으로 허용 전류 범위가 감소하여 용단되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다만 본 연구는 해당 퓨즈의 정격-온도 저감 곡선을 확보하지 못하였으므로 이는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며, 향후 퓨즈 사양서에 기반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 가설이 검증된다면 팩 열관리 및 보호소자 정격 선정 시 주위 온도 디레이팅을 반영해야 한다는 설계 지침으로 이어질 수 있다.
Pack F의 우수한 성능은 전기차용으로 설계 및 검증된 셀이 골프카트 운용 영역에서 상당한 설계 여유(design margin)를 보유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4,16]. 한편 용도 전환 이력(퇴역 시점 SOH, 셀 선별 기준 등)은 제조사 영업비밀로 확보할 수 없었으나, 본 연구의 이중 검증 방법은 내부 이력이 공개되지 않은 사용후 배터리에 대해서도 실제 적용 가능성을 실측으로 판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Pack D의 자기 비교(§4.2)가 BMS Heating 로직 측면에서 제시한 결론을 Pack F의 퓨즈 및 전류 보호 설계 측면에서 재확인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4.5 통합 해석 — 단품 평가의 3가지 구조적 한계
§4.1~§4.4의 결과를 종합하면, 단품 충/방전 시험은 배터리 팩 신뢰성 평가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단품 평가의 세 가지 구조적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BMS 보호 로직 활성화 조건의 영향이다. Pack D 통제 실험에서 같은 팩, 같은 시료가 BMS Heating 로직 활성화 여부에 따라 36.84 Ah와 99.497 Ah의 2.7배 차이를 보였다(§4.2). 이는 단품 방전 용량이 ‘셀 고유 성능’이 아닌 ‘셀,BMS,시험 프로토콜의 3자 복합 측정치’임을 보여준다. 팩 비교 시 모든 팩의 BMS가 설계 의도대로 작동하는 조건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비교는 방법론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시간 의존성이다. Pack B 8개월 간격 재시험에서 동일 개체의 방전 용량이 -10℃/3C(250A)에서 -15.7%, 45℃/3C(250A)에서 -25.8% 감소하였다(§4.3). 즉, 출고 시점의 단품 값은 현장 운용 시점의 실효 용량을 보장하지 않으며, 특히 경계조건일수록 시간 경과에 따른 용량 저하가 증폭된다. 이는 양산 품질관리에서 ‘출고 시 시험 + N개월 후 재시험’의 이중 검증 체계 도입의 실증적 근거가 된다.
셋째, 열관리 한계의 구조적 영향이다. Pack B의 45℃/3C(250A) 조건에서 셀 최고 온도가 두 공인시험기관 모두 65℃에 도달하여 방전이 조기 컷오프되었으며(§4.3), Pack F의 45℃/3C에서는 전장품 소손으로 시험이 중단되었다(§4.4). 이는 고온/고부하 영역의 방전 용량이 배터리 고유 성능이 아닌 열관리 설계(셀 냉각/버스바 용량/퓨즈 정격)의 함수이며, 시험소와 무관한 구조적 경계조건임을 시사한다. 제조사 제공 규격값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시뮬레이션 및 제품 설계 시 오판을 초래할 수 있다.
이상의 세 가지 한계는 공통적으로 단품 시험 결과가 단독으로 해석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 제시한 공인 및 사내시험 통합 검증 프레임은 이 세 가지 한계를 식별하고 분리할 수 있는 실용적 방법론이며, 특히 능동 Heating 로직을 포함한 팩의 공정한 평가에 필수적이다. 팩 유형별로도 다른 특성을 보였는데, LFP 계열은 저온에서 Heating 로직 작동 여부에 따라 용량 편차가 컸고, NCM 사용후 배터리(Pack F)는 동일 조건에서도 전기차용 설계 마진 덕분에 높은 용량을 유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5. 결론 및 향후 연구
본 연구는 골프카트에 적용 가능한 6종 배터리 팩을 대상으로, 측정된 방전 용량이 배터리 셀 자체의 성능보다는 시험 중 BMS Heating 로직이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실증하였다. 이를 위해 2개 공인시험기관의 고부하 공인시험과 실제 운용에 가까운 저부하 사내시험을 통합시행하였으며, 특히 Pack D에 대해 같은 팩, 같은 시료에서 Heating 로직의 작동 여부만 달리한 통제 실험을 핵심 검증 방법으로 활용하였다. 여기에 Pack B의 8개월 간격 재시험을 더해, 한 번의 단품 시험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운용 경계조건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Pack D 통제 실험에서 같은 팩, 같은 시료, 같은 시험소 조건에서 -10℃ 저온 방전 용량이 BMS Heating 로직의 작동 여부만으로 약 2.7배(히터 미작동 36.84 Ah, 작동 시 99.497 Ah) 차이 났다는 것이다(§4.2).
같은 팩과 같은 시료를 사용하되 BMS 펌웨어의 가열 로직 유무라는 단 하나의 조건만 달리한 통제된 자기 비교 실험의 결과로, 측정된 방전 용량이 배터리 셀만의 고정된 성능값이 아니라 셀과 BMS 설계가 함께 결정하는 값임을 관찰하였다. 여기서 조작된 변수는 제품의 설계 속성인 펌웨어이므로, 본 연구가 실증한 것은 측정 용량의 설계 축 의존성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추가 증거로, Pack B의 8개월 재시험에서는 동일 개체의 방전 용량이 저온 조건에서 -15.7%, 고온 조건에서 -25.8% 감소하여 시간 경과가 측정값에 영향을 미침을 관찰하였고(§4.3), Pack B와 Pack F의 고온 및 고부하 조건에서는 팩의 열관리와 보호소자 설계가 측정 용량을 좌우함을 관찰하였다(§4.3, §4.4). 이들 결과를 종합하면, 단품 충방전 시험 결과는 BMS 설계, 시간 경과, 열관리 설계로부터 독립적으로 해석될 수 없으며, 이는 현행 단품 평가 체계에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다음 세 가지 실무적 제안을 도출하였다.
첫째, 여러 팩을 비교할 때는, 모든 팩의 BMS 보호 로직과 Heating 로직이 정상 작동하는 조건에서 시험이 이루어지도록 시험 절차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 팩 제조사가 제시한 가열 작동 조건을 시험 절차에 분명히 반영해야 하며,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의 비교는 의미가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팩의 기능 검증 시 BMS 로직이 설계상 정상 작동하는지 여부와 성능 검증 시 얼마나 많은 용량을 방전할 수 있는가를 분리하여 수행해야 한다. 특히 능동 가열 로직을 포함한 LFP 팩은 기능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의 성능 측정치를 비교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양산 단계에서는 출고 시 시험과 일정 기간 경과 후 재시험을 병행하고, 고온/고부하 경계 조건의 개체 간 편차를 관리 지표로 추적하면 제조 품질 산포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셋째, 팩 제조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표준화할 것을 제안한다. 제조사는 셀 사양서뿐만 아니라, 온도/방전 속도(C-rate)와 충전 상태(SOC)에 따라 BMS 보호 로직이 언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리한 표(보호 로직 작동 맵)를 고객사에 함께 제공해야 한다. 수요처는 이 표를 바탕으로 실제 사용 가능한 운용 범위를 확인한 뒤 팩을 선정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 공유 체계는 본 연구에서 확인한 2.7배 차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이 된다.
본 연구의 한계와 그에 따른 유의점을 살펴보자. 본 연구에서는 팩 단위 시험에 큰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현실적 이유로 팩별 시료 수()가 제한적이었으며, 이에 따라 t-검정이나 분산분석(ANOVA)과 같은 통계 검정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료를 확보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측정 용량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함을 입증한 것이 아니라, BMS 보호 로직의 작동 여부와 시험 방식에 따라 측정 용량에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수준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다만 §4.2의 Pack D 결과는 동일 팩과 동일 시료에서 펌웨어 버전이라는 단 하나의 조건만 달리한 동일 개체 내 비교(within-subject)로서 표본 추출에 따른 불확실성이 개입하지 않으므로, 관측된 2.7배의 차이 자체는 신뢰할 수 있다. 향후 시료 수를 늘린 연구에서 개체 간 용량 편차에 대한 통계 검정을 통해 본 연구의 관찰을 정량적으로 보강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본 연구는 다음 세 가지 한계를 갖는다. 첫째, 본 연구의 Pack D 실험은 설계(펌웨어) 축을 조작한 것으로, 동일 펌웨어에서 소킹 시간이나 외부 전원 조건만 달리하여 히터 개입 여부를 가르는 시험 프로토콜 축의 실험은 수행되지 않았다. 따라서 측정 용량의 프로토콜 의존성은 본 연구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향후 별도의 실험 설계가 필요하다. 둘째, 본 시험에서 히터는 외부 전원(충전기)으로 구동되었으므로 측정 용량에 히터 소비 에너지가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 골프카트 운용에서는 히터가 팩 전력을 소비하므로 현장에서의 순이득은 본 연구의 측정 이득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향후 히터 소비 전력의 실측을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 셋째, 두 펌웨어의 차이가 가열 로직에 국한된다는 점은 공급사가 제공한 변경이력에 근거한 것으로, 펌웨어 바이너리 수준의 전체 비교를 통해 독립적으로 검증하지는 못하였다.
향후 여러 측면에서 본 연구를 확장하고자 한다. 첫째, 6종 팩의 단품 시험 특성을 실제 차량 주행 및 현장 운용 결과와 결합하여 단품-실차-현장의 3단계 신뢰성 평가 체계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실험실 성능과 실제 운용 성능의 차이를 정량화하는 디지털 트윈 기반 접근으로 확장하고자 한다[14]. 둘째, Pack E의 자기방전 및 장기 보관 데이터를 추적하여 노화 메커니즘에 대한 정량 모형을 도출하고자 한다. 셋째, 골프카트 운용 프로파일을 가속시험 조건으로 변환하는 방법론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실차 및 현장 단계의 반복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 및 위에 기술한 향후 연구의 결과들은 골프카트 배터리 팩뿐만 아니라 관련 유사 제품군의 신뢰성 평가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